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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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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건표의 행복초대석>50년을 전통한지 제작 문경한지장 김삼식씨 2009071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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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67
내용
"지킬 것 지켜내야 백년 천년을 가는거야"
<김건표의 행복초대석>50년을 전통한지 제작 문경한지장 김삼식씨
기사본문
등록 : 2009-07-12 09:41
  
   
 
 
 
▲ 무형문화재 문경한지장 김삼식씨는 전통을 지켜내는게 그의 인생이라고 말했다 ⓒ 김건표

“천년을 숨 쉴 수 있어야 해. 그게 한지(韓紙)야.”

5대째 전통한지(傳統韓紙)만들기만을 고집해온 무형문화재 문경한지장 김삼식 씨(67).

58년 전, 그가 9살 때 한지와 인연을 맺고부터는 한평생을 전통한지만을 고집하면서 달려왔다. 이제는 그의 아들 김춘호 씨(35)가 전통한지 전수생으로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다.

천년을 숨 쉬는 종이 전통한지. 이들 부자(父子)는 거칠어진 손으로 그 천년의 세월만을 고집한다. 두 사람이 한지를 만들어대는 방식은 오랜 세월 선조(先祖)로부터 물려받은 그대로다. 손이 수 천 번 움직이고 마음을 수백 번 담아내야 질 좋고 오래 사는 한지 한 장을 만들 수 있다.

이들은 전통방식으로 물살에 흩어져 있는 종이를 뜬다. 전통한지를 만드는 데는 1년생 닥나무만을 쓴다.

가마로 증기를 뿜어서 8시간동안 닥을 삶고 하루 12~13 시간씩 웅크리고 앉아 속살이 하얗게 될 때까지 6kg 정도의 닥 종이를 두 손으로 정성을 담아 긁어낸다.

▲ 그는 전통한지를 지켜내는 것이야 말로 선조들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 김건표
청태 부분까지 긁어내야 비로소 백피(백닥)가 된다. 긁은 백닥을 햇볕에 널어 말린 후 잘 묶어 그늘에 보관한다.

그리고는 잿물에 백닥을 삶고 일광표백을 거친 다음 닥 방망이로 60~70분 정도 두들기면 닥 섬유가 된다.

물질을 해서 종이를 뜨고 탈수작업을 거쳐 건조작업을 거치면 한지 한 장이 완성된다.

그는 아직도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9시가 될 때까지 재래식으로 한지 만들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종이냄새를 맡으며 살아왔다.

중국에서 값싼 한지가 들어오고 기계식으로 대량으로 생산되는 한지가 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공격해 올 때도 평생 지켜온 한지 만드는 작업장(삼식지소)으로 달려 나갔다.

그는 한지의 재료로 쓰이는 ‘닥나무’ 만큼은 우리의 재래종인 참닥(조선닥)만을 고집한다.

닥나무를 채취해 닥종이를 벗기고 찌고 하면서 전통한지만을 고독하게 지키며 걸어왔다. 이제는 전통한지 하면 ‘김삼식’ 이라고들 한다.

그가 만든 한지는 종이로 된 문화재를 복원을 하는데 쓰이고 조선왕조실록을 보존하고 복원하는데도 쓰였다. 전통한지의 수명은 천년을 살아 숨을 쉰다. 기계로 만든 계량한지로는 어림도 없다.

그렇게 달려온 그의 인생에 정부는 훈장을 달아줬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전통한지 만을 고집해온 이 장인(匠人)은 5년 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문경한지장’ 이 됐다.

무형문화재가 되고서 좋아하던 술, 담배를 다 끊었다. 더 좋은 전통한지를 잘 만들고 보존하기 위해서다.

문경IC로 빠져나와 문경면 농암리로 한 30분쯤 달려가면 집안 담장 밖에 써 놓은 ´문경전통한지´ 라는 푯말이 보인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왼쪽 편에는 그의 이름을 따서 전통한지 만드는 작업장인 ´삼식지소´ 가 보인다.

▲ 그는 전통을 지켜내면 욕심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 김건표
입구에는 닥 나무들이 제각기 누워 이 노 장인 (匠人)의 손길만을 기다린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이 작업장의 외형은 5대째 이어온 숨결이 고스란히 뿜어져 전통한지를 그에게 물려준 선대와 함께 숨을 내쉬고 있다.

"아이고, 나하고 할 얘기가 뭐가 있다고 찾아와요. 전 그냥 종이질 만 하고 사는 사람인데. 허 허 거참."

오로지 전통한지 만들기만을 고집하면서 살아온 이 노 장인의 눈빛은 살아있고 말투는 거침없다. 그가 방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방안에도 온통 그가 만든 전통한지가 수북이 쌓여져 있다.

무형문화재도 됐고, 그가 만든 한지가 우리나라 최고의 한지라는 말을 듣고 있는데 아직도 팔려나가지 않은 한지가 세월을 버텨내고 있다.

그가 갑자기 예의(禮儀)를 말한다.

"전통을 지키는 것이 내 인생이야. 우리가 반갑다고 서로 인사하는 것도 예의잖어. 전통을 지키는 것도 선조들에 대한 예의지. 전통을 지키면 욕심이 없어져요. 전통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 지만 지킬 것은 지켜내야지. 어렵지만 버텨야지."

9살 때 처음 한지를 배워 58년이라는 세월동안 한지 만들기만 해왔다.

그는 고 유영운 선생에게 한지를 전통기법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 처음 종이 500장을 만들어 보리쌀 5대를 샀다. 전통한지를 만들어 조금씩 팔려나가는 돈을 모아 가정을 꾸렸다.

팔려나가는 한지보다는 전통한지를 만드는 것에 더 집착했다. 손길을 빠르게 움직여 질 좋고 오래 버텨내는 한지를 만들어 나갔다.

그가 일어서더니 한지 한 장을 턱하니 방바닥에 내려놓는다.

"전통한지 좋은 점이 뭐냐. 종이의 질이 좋다는 거여. 요즘 한지는 눈으로만 보면 좋아보여서 문제야. 수명이 오래 버티지 못한단 말여."

▲ 무형문화재인 그는 세계에서 1등하는 한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 김건표
"종이의 깊은 맛이 우러나오지 않는다는 거지. 한번 턱 만들어놓으면 수백 년을 이어가는 게 전통한지여."

"사람이 할 수 없는 말들을 이 전통한지가 오랜 세월을 버텨주면서 말해 주는 거여."

입으로 한지를 갖다 대고 잘근잘근 물어 씹어도 꿈쩍을 하지 않는다.

그의 고집스러운 인생에 이제는 교수고 박사고 할 것 없이 그의 전통한지 기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

"한지를 살린다고 하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주둥이로만 떠들어서 탈인 거여. 전통한지는 마음이 담기고 오랜 손길을 버티지 못하면 좋은 한지가 될 수 없어."

왜 종이 인생을 그렇게 고집 하느냐 물었다. "종이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어. 배운 게 이거라고 지키고 사는 것뿐이여."

그가 전통한지를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백 번 손길을 보태고 물 뜰 질을 수천 번 해야 종이 한 장이 나온다. 그렇게 그는 평생을 전통한지 만드는 일을 반복하면서 살았다.

"일이야 다 비슷하지. 종이를 뜰 때 항상 좋은 종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거기에 마음을 담아내."

‘이제 힘드신데 잘 팔려나가는 개량한지도 좀 만드시고 그러시죠?’ 말을 하고서 이 노 장인에게 꾸중을 들었다.

"허허 보기 좋은 한지보다 수명이 길어야 좋은 한지여. 뭐가 중요하냐. 이 전통한지를 지키려면 인건비가 몇 배나 들어요. 그러니 그것을 못 버티는 거지. 나 김삼식이 만큼은 안 팔려나간다고 다른데 눈 돌리 면 쓰것소. 지켜야지."

그가 만들어놓은 전통한지가 일 년에 10장도 못 팔려 나간 적이 있다고 한다.

"전통한지는 한 장이라도 비싸. 수입지하고 비교하는 사람도 있어. 망할 놈들. 전통한지는 지키고 만드는 게 오래 걸리고 그래서 비싸."

▲ 그는 아들 김춘호씨와 5대째 전통한지 만드는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 김건표

"그런데 요놈을 쓰면 평생가지. 나한테 한지 사러들 많이 오지만 대번에 비싸다고 하면서 그냥 가요."

그가 세상에 내놓은 전통한지를 욕심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무한테나 팔지는 않는다. 전통한지를 필요로 하고 고집하는 사람들만 그도 손님으로 맞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을 느끼고 살아야해. 한지장이로 성공을 위해서 달려오지는 않았어. 성공보다는 그냥 지킨 거야. 그렇게 버티니까 행복해 질수 있는 거지."

그는 아직도 새벽 5시에 일어나 한지를 만든다. 바쁠 때는 온가족이 전통한지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도 하루에 300장을 넘지 못한다. 1년에 3개월 정도만 전통한지를 만들 수 있다.

"무형문화재 되고나서는 남들한테 게으름 피운다는 소리 안 듣기 위해 더 열심히 종이를 만들어. 허허"

대한민국에서 전통한지로는 그의 실력을 따를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그도 더 좋은 전통한지를 만들기 위해서 밤낮으로 작업장을 지켜낸다.

▲ 그는 아들에게 성공을 바라지 말고 쉼 없이 한지를 다듬고 만들면 그게 행복이라고 말했다 ⓒ 김건표
곁에 앉아 있던 그의 아들은 진지한 표정은 아버지의 말을 듣는다. 아버지 뒤를 이어 한지장이로 살기로 결심할 때, 그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만 봐도 좋고 아버지의 곁을 지키고 있어서 행복하고 말했다.

"6살 때부터 한지 냄새를 맡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하지 말라고 해도 손이 자꾸 한지로 갑니다.”

그도 천생 한지 꾼이 됐다. 외지로 나가 직장생활을 할 때도 한지 냄새를 잊지 못해 집으로 달려오곤 했다.

"전통한지는 전부 손으로 합니다. 종이 한 장 만들어내기가 어렵죠. 전통한지를 만드는 사람 중에 제가 제일 어립니다."

"전통한지 만드는 일은 의식만 갖고 안 됩니다. 마음으로 만들어야하고 그 마음이 천년세월을 버텨 주는 겁니다."

아들 말을 듣더니 그가 말을 맞받아친다.

"전통을 더 오래 지키는 게 중요해. 우리 전통한지를 욕되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 세계에서 1등 가는 한지를 만들어야해."

그러면서 아들에게 당부했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한지를 만들려고 해야지 팔아먹으려고 한지를 손에 대면 안 되는 일이여. 품질을 지키려면 고생을 해야지 행복은 늘 마음에 있잖아."

"성공을 바라지 말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걸 지켜. 그러면 돼. 마음을 담지 않으면 절대 좋은 종이가 나오질 않는 법이야. 그게 전통한지야."

이들 부자가 일 년에 만들어내는 전통한지는 평균 3만장이다. 팔려 나가는 것을 다 합쳐도 4000만원 정도다. 전통한지를 만들어내서 부자 되고 싶은 욕심은 없다. 다만 전통한지를 지켜내고 싶은 욕심뿐이다.

"난 내 한지를 꼭 필요한 사람한테만 줘. 그래야 한지하고 같이 숨을 쉬고 살 수 있는 거야. 한지를 만드는 사람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돼. 그래야 천년가는 한지가 될 수 있는 거야. 그걸 지켜 내는 게 내 바람이야."


글·사진/김건표 대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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